[6월] 대외불확실성

채권시황 2011. 6. 9. 15:46 Posted by sloan_sjchoi

6월 금통위가 내일로 다가 왔다. 인상 보다는 동결에 베팅하는 기관이 많아졌고(사실 국내 증권사는 동결 전망이 월등하게 많은 반면 외국계는 인상 전망이 더 많다.) 나 또한 과거 금통위의 행태를 기준으로 판단하건데 동결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왜 동결이라고 주장하는 기관들이 많아졌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를 한 개만 뽑으라면 무엇일까? 나는 "대외불확실성"이라고 불리는 아주 애매모호한 이유가 key factor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들 경제 사정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이다. 불확실한 나라의 중심에는 다들 알고 있지만 그리스와 미국이 있다. 한 개씩 보자.

1)그리스
그리스는 재정적자가 문제이다. 돈 버는거 보다는 쓰는게 훨씬 많은데 소비 습관을 조정하려고 하지도 않고 가지고 있는 자산을 처분하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빌려온 돈을 갚기 힘드니까 채무를 조정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Eurozone 국가 중에서도 좀 살만한 독일과 프랑스는 "채무재조정 해주지 뭐." 이런 스탠스인 반면 이태리, 스페인 등 재정적자가 그리스 만큼이나 심각한 국가들은 "무슨 소리, 산토리니 섬을 팔던 아테네 신전을 팔던 자구 노력을 해야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어떻게 되던 그리스 채권을 가지고 있던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다음으로 큰 유로 경제권 펀더멘털 & 멘탈이 무너지면 한국에도 영향이 좀 있지 않겠는가? 동결의 이유이다.

<그리스 상황 parody>
부모한테 물려 받은거는 없는데 나름 폼 잡고 사는 대기업 A모 과장, 일요일 아침에는 호텔에서 브런치 먹어야 되고 차는 BMW 528i 정도는 타야하고 강남 아파트 정도는 살아줘야 하기 때문에 빚을 엄청 끌어다 썼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한테 빌린 돈 갚을 때가 되었는데 갚을 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에 살고 BMW도 계속 타야 하니까 돈 빌려준 사람한테 "나 채무재조정 할래! 만기 늘려주고 금리도 낮춰줘!"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다. 똑같이 돈 없는 친구B는 이사를 하던지, 차를 팔던지 해서 갚으라고 주장하는 반면, 좀 여유가 있는 친구C는 "친구끼리... 이자는 되었고 그냥 원금만 1년 정도후에 갚아줘." 뭐 이렇게 얘기하는 셈이다.

2)미국
미국 경제는 작년 월평균 18만개 정도의 일자리를 신규로 창출해 내었다. (NFP기준) 그런데 이 숫자가 5월에는 5만개 수준으로 확 줄었다. 경제지표도 트렌드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20만개 정도는 넘어줄 것이라 예상했는데 예상이 완전 틀려 버렸다. 돈을 그렇게 풀었는데 도대체가 회복이 안되는 것이다. QE를 두번이나 했고 감세도 할만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인데, 진짜로 미국 경제가 double dip으로 가는게 아닌가 의구심이 투자가들 사이에 작년 말처럼 다시 생기기 시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이 double dip 간다는데 BOK가 감히 금리를 올려? 동결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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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뭐 새로울 것이 없는 "대외불확실성"이다. 작년에도 똑같이 불거진 문제이다. 단지 시장의 기대보다 좀 안 좋게 분위기가 흘러갈 뿐인데 이런 저런 이유들로 금리 추가 하락을 주장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현재 금리 수준의 이러한 factor들의 선반영 여부는 좀더 시간이 지나야 알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더 나빠질 것도 없는 대외불확실성을 근거로(다른 이유가 많다는거 안다. 난 단지 driver를 대외불확실성으로 본 것이다.), 4%를 넘어가는 물가와 12만개에 육박하는 외국인의 선물미결제를 무시하고 국고3년이 3.5%인 상황에서 롱을 외치는 것은 아무래도 편하지 않다.
 
이번달부터 스탠스를 숏으로 전환한다. 당장 금리가 V자형으로 오른다는 말이 아니라 방망이를 짧게 쥐고 대응해야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 금통위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동결을 하더라도 추가 인상이 힘들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겨도 일시적으로 추가 하락의 룸을 제공하는 정도일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 8, 9월에 보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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