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과장의 투자일지

斷想 2011. 11. 21. 17:25 Posted by sloan_sjchoi
2002년말 굿모닝신한증권에 증권계좌를 오픈하고 삼성전자 100주를 샀다. 당시 삼성전자 가격이 30만원대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와이프 돈 3천 불려주겠다고 얘기하고는 증권계좌에 집어 넣고 100주를 턱하니 샀던 기억이난다. 그런데, 주가가 맨날 30만원, 29만원, 31만원 그 자리인 것이다. 재미가 없었다. 화끈하게 돈 벌게 없나 고민하던 차에 내가 그래도 금융전문가인데 파생상품 정도는 좀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1500만원으로 선물, 옵션 계좌를 텄다. 오전 11시에 풋옵션 200만원치를 사고 점심 먹고 들어왔더니 +50만원이 나 있다. 1시간에 25% 수익률이다. "집도 사고 차도 사고 ~~" 장미빛 미래가 펼쳐진다. 몇달 가지 않아서 1500만원이 거덜 났다.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옵션 그릭스도 공부하고 스트립, 스트랭글, 버터플라이, 선물 연계 거래 등등등 아무리 해도 naked로 확 지르는 유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다시 1500을 날렸다.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팠다. 담배를 끊고 선물, 옵션도 끊었다.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

안전한(?) 코스닥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선물, 옵션 하다가 주식 보니 그 변동성은 아무것도 아니다. 잡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잡주 투자와 관련된 특별한 기억이 없는 걸 보니 돈을 벌지도 잃지도 않았나 보다... 이 즈음에 사람들이 내게 묻기 시작한다.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거냐고....신용대출과 약관대출은 다 이런데 쓰는거라고... 주식은 원래 빚내서 하는거라고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부동산경매로 대구 중심가에 있는 노후 주택을 하나 낙찰 받았다. 소스가 있어 대구지방법원에 휴가 내고 내려가서 받았는데 아직 별 재미는 없다. 매월 세가 조금씩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elw투자를 시작했다. 옵션처럼 1500 증거금이 필요없고 그냥 주식계좌에서 투자가 가능하니 번거로움이 덜하고 유동성 제일 많은 놈 고르면 exit 하지 못할 위험도 없었다. 하락장에 베팅해서 재미를 좀 보았다.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상품선물 계좌를 터서 원달러 선물 투자를 시작했다. 그때는 1계약이 5만불인 시절 3계약까지 늘여서 트레이딩 했는데 꽤 재미를 보았다. 예전에 옵션해서 까 먹은거 반 이상 회복한 것 같다. 자신감이 붙었다. 옵션처럼 변동성 줄어드는 걱정 안해도 되고 방향성만 맞추면 되니까..잘 할수 있을 것 같았다. kospi 200 선물도 분봉 보면서 거래를 했는데...공부하던 중이라서 어느 정도 먹은 수준에서 만족하고 나왔다.

미국에 가기전에 브릭스 적립식펀드에 가입했다. 올해 상반기에 털었을때 25% 정도 수익이 났던 것 같다. 젤로 신경 안쓰고 돈 많이 번 투자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미국에서는 단 한번 금선물 매도를 통해서 이익을 본 기억이 있다. 2-300 수준이었지만 여행경비 정도는 마련한 것 같다.

한 10년 동안의 투자 경험을 돌이켜보니 채권은 내 업무니까 당연히 하는거고, 그 외에 주식, 주가지수 선물, 옵션, elw, 외환선물, 금선물, 부동산경매 등 다양한 상품에 손을 대 보았다. 뭐... 수익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30대에 좌충우돌 여러가지 경험을 해 본 것은 참 잘했다 싶다. 투자는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지금 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주식 장기투자가 좋아 보인다. 돌이켜 보니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좋은 주식들이 너무 많았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노려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물, 옵션 같은거 나이 들어하기에는 사람이 좀 천박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하여튼, 일지는 여기서 마감하고...

내가 좋아하는 비유 중에 하나가 투자를 섹스에 비유하는 것이다. 둘 사이의 공통점은 "해보면 다 안다."는 점이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공부해봐야 한번 해 본 것을 못 따라간다. exposure를 가지고 있을 때, 예상과 반대로 시장이 움직일 때의 그 스트레스는 직접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예상대로 움직였을 때의 즐거움도 안 해보면 모른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듣고 보고 해봐야 한번 해 본 놈이 winner이다.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를 좀 더 하면 더 잘 할수 있다. 파트너(asset class) 한 사람과 계속할 때 더 잘 할수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회사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번 해보게 하고 exposure를 들고 가야되고 해 본 놈이 계속하게 해야한다. 그런데 그게 참 안된다....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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