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Short Sale)

채권ABC 2010. 7. 22. 10:05 Posted by sloan_sjchoi
무엇인가를 판다는 전제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이다. 금융시장에는 내가 물건이 없어도 팔 수 있는 그냥 들어서는 이해가 안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바로 short sale, 공매도이다. 주변의 사례를 들어서 공매도와 대차거래를 이해해 보자.

2004년 우리 딸아이가 돌잔치를 했을 때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돌반지를 들고 왔다. 당시 돌반지 한돈이 5만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니 그리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지금은 돌잔치에 돌반지 들고 오는 친구는 거의 없는거 같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대체 자산이라 인식되는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금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다. 방금 확인한 서울의 금한돈 소매가가 20만원을 넘는 걸 보면 우리집 금고에 모셔져 있는 돌반지들의 가치도 많이 올랐음이 자명하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 맥주 한 잔 하는데 친구 CH가 내게 요청한다. 돌반지 100개 1년동안 빌려줘라. 그러면 내가 좋은데서 술 한번 살께. CH는 금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향후에 내릴거라고 생각하고 공매도를 하여 수익을 내려는 심산이다. CH의 계산은 이렇다. SJ로부터 돌반지 100개를 빌려서 시장에 팔아서 현금 2,000만원을 손에 쥔다.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이 될거고 안전자산 선호도 약해질 테니 금값이 15만원 정도까지는 떨어질 것이므로 1년후에 1,500만원을 주고 돌반지 100개를 사서 나한테 갚으면 된다. 내가 금이 없어도 공매도를 통해서 500만원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CH는 SJ에게 돌반지 100개를 빌리면서 up front 수수료로 좋은 데서 술을 거하게 샀다. 100만원 잡고, 넷으로 따지면 400만원을 번 셈이다. 물론 2000만원은 오늘 손에 쥐고 1500만원은 1년후에 나가니까 1년 동안 2000만원 운용에 대한 수익도 가능하다.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정말 갚을 신용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얼마 동안 돌반지를 빌려줄 것인가도 중요한 의사결정 변수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들은 수수료에 녹아 있다. SJ 입장에서 CH가 좋으면 (신용 좋고, 평소에 신세도 좀 지고...) 그냥 빌려줄 수도 있지만, 공적인 거래관계라면 거래금액의 몇% 수수료가 오갔을 것이다. 이것이 공매도의 기본적인 메카니즘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갚을 때는 반드시 그 물건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돌반지를 빌렸으면 돌반지를, 현대중공업 주식을 빌렸으면 현대중공업 주식을, 내가 국고9-4를 빌렸으면 반드시 9-4로 갚아야 한다. 갚아야 할 시점에 그 물건을 사려고 하는데 시장에 그 물건이 없으면 그냥 시장가로 쭉 밀어서 사는 일도 가끔 생기고 이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사례도 종종 있다. "숏커버(Short cover) 물량 유입으로 장막판 주식A가 급등했다." 이런 기사의 이면에는 바로 이 공매도의 원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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