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자산운용 - 1

斷想 2010. 9. 16. 12:55 Posted by sloan_sjchoi
괜찮은 MBA를 졸업하고 나면 다들 IB를 가고 싶어한다. Wall street의 Goldman sachs에서 M&A를 담당하는 글로벌 금융전문가를 꿈꾼다. 맨하탄이 아니면 홍콩이나 싱가폴도 좋다. 아시아 금융의 허브에서 연봉 20만불 정도는 쉽게 벌수 있다고 여겨지는 Investment Banker를 꿈꾸며 매년 top 10 MBA에 입학하는 한국인들의 숫자가 이제는 100명이 넘어간다.

그런데 실제로 외국계 IB에 들어가는 잘나가는 친구들이 극소수이기도 하지만 난 솔직히 왜 IB에 가려고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이 삼성 블루팡스 신진식에게 왜 배구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서....그런 이유들은 생략하겠다. 

앞으로 3-4회에 걸쳐서 보험사 자산운용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고자 한다. 형식은 질의, 응답 방식이다.

1. 보험사의 자산운용의 특징
인생은 불확실하다. 내가 언제 죽을지 내가 언제 다칠지를 안다면 왜 보험을 들겠는가? 교통사고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면 거기 안가면 되고 병에 걸려 죽는다면 병을 예방하거나 아에 불치병이라면 그냥 인생 즐기다 가면 된다. 뭐 하러 보험을 드나? 그런데 문제는 인생이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의 위험이라기 보다는 좀 긴 세월이 흐른뒤 발생할 위험에 대한 대비책으로 사람들은 보험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2010년 9월에 내가 보험을 가입했는데 2030년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 받으려면 어떤 보험사에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가? 20년후에도 나한테 보험금을 줄 수 있는 회사에 가입하는게 정답이 아니겠는가? 20년후에 어떤 보험사는 5천만원을 지급하고 또 어떤 보험사는 5천 5백만원을 지급한다고 광고한다. 500만원 더 준다고 회사가 불안정한 곳에 보험을 들 수 있겠는가? 2년도 아니고 20년후다. 500만원 더 준다고 광고하는 보험사는 무조건 500만원 덜 주는 보험사보다 위험하게 투자해야 한다. 투자의 세계에 절대 공짜는 없다. 뭐 느낌이 오는가?

보험사 자산운용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 운용기간이 장기이고 안정성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돈을 못벌어도 상관없다.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했을 때 주기로 한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사 자산운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ALM이다. 수업을 좀 들었으면 알겠지만 ALM은 Asset and Liability Matching의 약자이다. 보험 가입할 만한 회사들의 자산/부채 사이즈가 워낙 크기 때문에 1:1 매칭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통상 Asset의 듀레이션과 Liability의 듀레이션을 맞추는 것을 ALM이라고 하는데 보험사가 지급해야할 보험금의 유출시기와 자산 운용을 통해 들어오는 운용수입의 유입시기를 일치시키면서 지급해야될 금액에 적정한 스프레드를 얹은 운용수익을 안정적으로 얻는 것이 보험사 ALM의 개념이다.

보험사 채권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ALM이다. 부채의 듀레이션에 부합하면서 예정이율을 상회하는 채권을 매입하여 가지고 가는 것이다. "Buy and Hold" 전략인데 조금은 지루하지만 보험사 자산운용의 근간을 형성하는 자산운용의 축이다. 시중 금리가 급락하면서 과거에 높은 금리로 팔아 놓은 부채에 기인한 이차역마진도 ALM의 실패에 기인하는 것이다.

또 뭐가 있을까? 포트폴리오에 몇십조가 있는데 채권만 할 것은 아니다. 주식도 사고 부동산도 사고 대출도 하고 해외투자도 하며... 채권도 ALM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산운용사에서 하는 것들은 다 한다고 보면 된다. 단, 그 투자기간이 장기이다. 주식도 단타로 먹고 나올게 아니라 워렌 버핏처럼 장기 가치주에 투자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기업가치의 상승을 향유하는 것이 보험사 주식 투자의 기조이다. 쉽지는 않지만...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투자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펀드를 설정하여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남아펀드, 삼성그룹펀드, 성장형 펀드, 이머징 펀드 등등등 주식시장에 대한 매니저의 view를 바탕으로 대규모의 자금이 집행된다.

부동산도 대표적인 asset class이다. 사옥이던 투자용 부동산이던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 가격 상승 또는 안정적 임대료 수익이 투자의 목적이다. 리츠나 증권화되어 있는 간접부동산 상품도 투자하기 때문에 증권사에서 부동산하는 선수들이 수시로 펀딩 받으려고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긴 부채의 듀레이션에 매칭할 자산이 우리나라에 없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국채 10년물이 발행된 것도 10년이 되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발달된 해외 자본시장에 눈을 돌려 20년 30년 agency도 사고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GM, GE, Morgan stanley 등이 발행하는 회사채도 샀다. 물론 환헤지를 위해서 cross currency swap도 체결한다. (스왑이 제대로 거래되기 시작한지도 10년이 안되었다. 하여튼) 해외채권 경험이 좀 생기다보니 좀 심심해졌다. 그래서 헤지펀드도 해보고 Fund of fund도 해보고 CLN, CDO 등등의 신종채권들도 투자해 봤다. 요즘은 한국 기업들이 발행하는 달러채권, 엔화채권들도 많이 매입한다. 해외투자라고 분류하기도 좀 그렇지만 하여튼 Korean Paper라고 불리는 이런 종류의 채권들도 보험사에서 많이 매입한다. 이외에 외화로 발행되는 신종금융상품 투자는 보험사가 제일 먼저 투자해 본다고 이해하면 된다.

채권도 ALM 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손보사 일반보험의 듀레이션은 짧다. 그리고 좋은 보험사의 자기자본의 크기도 엄청나기 때문에 Total return 추구 채권도 운용한다. 소위 시가형 펀드는 carry만 먹는 것이 아니라 금리 예측에 따른 단기 트레이딩, 커브 예측에 따른 스프레드 매매, 국채선물 및 스왑을 활용한 차익거래 등 채권 매니저가 하는 다양한 전략들을 통해 플러스 알파를 찾는다. 이러한 단기 채권펀드 운용도 보험사에서 한다.
 
결론적으로 보험사는 모든 종류의 투자를 다 한다. 따라서, 큰 그림에서 자산운용을 배우기에는 보험사 만한 곳이 없다. 좀 인내심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 다음편에서 계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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