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주차 전망

채권시황 2010. 9. 13. 13:34 Posted by sloan_sjchoi
"혼인빙자간음죄"라고 들어 봤는가? 여성의 순결이 중요했던 시절, 결혼하겠다고 순진한 여성을 꾀어 잠자리를 같이한 후 실제로는 결혼 하지 않겠다고 발뺌하는 나쁜 놈들을 벌주기 위해 형법에 규정되어 있던 법이다.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년 11월 16일 헌법재판소가 1)남성만을 처벌대상으로 하여 남녀평등에 반하고 2)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고 있어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한다. 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효력이 상실되었다.

9/9일 금통위의 결정을 보고 시장에서는 양치기 소년을 떠올렸지만 나는 요즘 애들이 보면 뭐 이런 법이 다 있어하고 웃고 넘길 "혼빙간"이 떠올랐다.

알다시피 이번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25%에서 동결하였다. 최근 몇달,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총재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소비, 투자 등의 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고용도 민간부문 부터 개선되고 있다고 얘기해 왔다. 물가도 지금은 2%대 중후반에 있지만 경기 상승 지속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로 물가 상승압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글로벌 불확실성에 있어서도 세계 경제 또한 아직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고 하방 리스크가 있으나 더블딥에 빠질 위험은 크지 않다고 언급하였다.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성장기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물가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하겠다고 재차 천명하였다. 총재 선임 이후 한국은행 총재로서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이 재기되었지만 7월 약간은 전격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리면서 한번 믿어보자는 시장의 평가도 받았다.

John은 Mary와 사귀고 있었다. John은 Mary에게 결혼을 하자고는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자기는 통근버스가 다니는 일산에 집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외제차를 많이 타지만 나는 실속있게 국산 소형차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Mary에게 신뢰를 샀다. 아이는 아들과 딸 하나씩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우리 부모님은 Mary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Mary의 환심을 샀다. 그렇게 Mary의 마음을 얻은 뒤 John은 Mary와 사실혼 관계를 꽤 오래 유지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결혼할 때가 되어 Mary가 John에게 물어보니 Mary에게 이별을 통보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랑 결혼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나는 객관적 fact만 얘기한 거지 너랑 연관지어 얘기한 것은 아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참 고려해야 할 대상이 많다. 어느 한 쪽 이야기만 들어서 결정하기가 힘들다"

총재가 John이 되었다. Mary의 친구들은 이제 John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금융의 핵심은 신뢰이고 정책의 핵심도 신뢰이다. 이 두가지를 아우르는 통화정책의 수장이 신뢰를 잃었다. 상처받은 시장을 치유하는데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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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주차 전망은 이 글로 대신할까 한다. 실제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한 직후 국채선물은 정확히 75틱까지 올랐었다. 25bp 인상을 생각하고 이미 시장 금리에 반영하고 있었는데 정책 금리가 그만큼 안 올라주니 75틱까지 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후 시장은 급등에 따른 조정 양상 시현했고 당분간 숨고르기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추석 연휴가 긴 만큼 캐리 수요 유입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어 금주도 시장의 롱 심리를 돌리기는 힘들 것 같다. 단, 금통위 이후 대규모 차익 매물을 쏟아 내놓고 있는 외인의 움직임은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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