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1

채권ABC 2011. 2. 1. 13:14 Posted by sloan_sjchoi
두달 반만에 다시 블로그에 들어왔다. 연말, 연초에 자금이 집중되는 퇴직연금 펀드를 운용하는 만큼 떠나 있는 동안에 몸과 마음이 다 바빴다. 지금도 상황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채권시장에 대한 생각을 좀 정리해야 될 시기가 된 것 같아서 다시 블로그를 열었다. 첫번째 주제는 물가이다.

12/31일 국고3년 금리가 3.38%였는데 어제 1/31일 국고3년 종가가 3.96%이다. 정확히 58bp가 상승했다. 금리가 올랐으니 이유가 있을 것이고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물가이다. 물가가 불안하니 한국은행이 예상과는 달리 정책금리는 25bp 인상했고 예상치 못한 금리 인상에 시중 금리가 2-3년 구간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자, 물가 불안으로 금리가 올랐으니 물가가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는다면 금리가 내릴 것이다. 이번 기회에 CPI로 대표되는 물가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자.

1. 어떻게 계산하는가?
CPI는 통계청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489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하여 지수화한 뒤 발표하는 지표다. 그래서 2010년 1월에 소비자물가지수가 114.2였는데 2011년 1월 同지수가 118.9로 집계가 되어 118.9/114.2-1 = 0.04115 이므로 소수점 첫째자리로 반올림해서 1월 물가가 4.1% 올랐다고 신문에 나오는 것이다.

2. 지수를 구성하는 품목은 무엇인가?
지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았으니 지수를 구성하는 품목들에 대해서 좀 알아보자. 489개 품목은 아래 표와 같이 12개 품목으로 나눌수 있다. 이 분류 기준은 통계청이 임의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나라간 비교 가능성 제고를 위해서 ILO에서 권고하는 분류 체계인 COICOP를 따른 것이다.

세분류 1000 세 부 항 목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129) 140.4 곡물, 곡물가공품, 빵 및 떡류, 육류, 육류가공품, 신선수산동물,
염건수산동물, 기타수산동물가공, 유제품 및 알, 유지류,
과일 및 과일가공품, 채소 및 채소가공품, 해조 및 해조가공품,
당류 및 과자류, 조미식품, 기타식품, 커피 및 차, 주스 및 기타음료
주류 및 담배(8) 14.6 주류, 담배
의류 및 신발(29) 58.4 직물 및 외의, 내의, 의복관련서비스, 신발, 신발서비스
주거 및 수도광열(20) 170.4 실제주거비, 주택유지 및 수선, 상하수도 및 기타주거서비스, 연료비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53) 41.7 가구 및 조명, 실내장식, 가구·조명 및 장식서비스, 가정용 섬유제품,
가전 및 가정용기기, 가전관련서비스, 주방용품, 가정용공구 및
기타, 가사소모품, 가사서비스
보건(13) 51.6 의약품, 기타 의약품, 보건의료용품 및 기구, 보건의료서비스,
치과서비스, 기타의료서비스, 입원서비스
교통(23) 109 자동차구입, 기타운송기구구입, 운송기구유지 및 수리, 운송기구,
연료비, 기타개인교통서비스, 철도운송, 육상운송, 기타운송,
기타교통관련 서비스
통신(7) 60.2 우편서비스, 통신장비, 통신서비스
오락·문화(44) 56.3 영상음향기기, 정보처리장치, 오락문화 내구재, 장난감 및 취미용품,
화훼관련용품, 운동 및 오락서비스, 문화서비스, 서적, 기타인쇄물,
문구, 단체여행비
교육(24) 110.9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 학원 및 보습교육, 성인학원교육,
기타교육
음식·숙박(8) 132.7 식사비, 숙박비
기타 상품 및 서비스(32) 53.8 이미용서비스, 이미용 기기, 위생 및 이미용용품, 시계 및 장신구,
기타개인용품, 사회복지, 보험, 기타금융, 기타서비스

3. 지수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품목은 무엇인가?
12개로 크게 나누어 지는 것을 알았으니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보자. 통계청은 친절하게도 489개 항목 중에서 비중이 큰 67개를 따로 구분해 놓았는데 15위까지 차지하는 비중이 62%이다. 이 말은 15개 항목만 잘 살피면 발표된 물가 변동의 원인을 파악하거나 향후 물가 예측을 좀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순위 품목 비중
1 외식 13.1%
2 집세 9.8%
3 전화정보이용료 5.7%
4 차량연료 4.7%
5 중등교육 4.0%
6 유치원, 초등교육 3.6%
7 의료서비스 3.1%
8 곡물 2.8%
9 고등교육 2.7%
10 남자의류 2.3%
11 차량구입비 2.2%
12 육류 2.1%
13 육상이용료 2.1%
14 여자의류 2.0%
15 채소, 해조 1.9%
    61.9%

4. 물가 변동의 계절적 트렌드가 있는가?
채권 매니저가 관심을 가지는 CPI는 앞서 말한대로 전년동월비 증감율이다. 하지만 월별 증감율을 뜯어보면 재미있는 그리고 이해할 만한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아래의 표와 그래프를 보자. 전월대비 물가가 가장 많이 오르는 달은 과거 10년 자료를 살펴보니 3월이다. 0.72%가 올랐음을 알 수 있다. 2등은 1월이다. 12월 물가 대비 1월물가가 0.55% 상승했다. 3월 정점으로 물가 상승은 좀 꺽이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다시 9월이 되면 0.48%까지 상승한다. 그리고 10월과 11월에는 오히려 물가가 하락하는 분위기로 가다가 연말이 되니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외식비가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라고 말했다. 식당 주인들이 밥값 올리기에 가장 편한 달이 언제일까? 새해이다. 작년에 올랐던 고기값, 채소값, 쌀값 이런 것들 보통 1월에 다 반영해서 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1월 물가가 2등으로 오른 것이다. CPI 비중 1등에서 15등까지 3개 품목이 교육비다. 3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대학도 등록금을 올리고 학원들도 학원비를 올린다. 유치원비도 오른다. 정부에서 물가 잡겠다고 압력을 행사해도 어차피 나중에 다 오르게 되어 있다. 10년을 놓고 보면 다 오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7~9월까지는 휴가철이고 사람들이 돈 쓰는 시간이기 때문에 다른 달에 비해서 물가가 반등할 수 있는 여지가 좀 더 있지 않을까 싶다. 1, 3월 처럼 아주 명확한 근거는 아닌 것 같다.

*에필로그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세부 품목별로 뜯어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야지 생각만하고는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원천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고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글들을 비판적으로 읽고 이를 바탕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는 바이사이드 리서치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2011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소비자물가지수 2에서는 물가와 금리의 관계를 살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