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2

채권ABC 2011. 2. 5. 14:29 Posted by sloan_sjchoi
CPI에 대해서 조금은 자세히 알아보았으니 물가와 금리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다들 알고 있겠지만 피셔 방정식이라는 것이 있다. 피셔방정식은 명목이자율이 실질이자율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합과 같다는 피셔라는 경제학자의 가설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시장에서는 통상 실질이자율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의 대용으로 실질GDP성장률과 CPI상승률을 사용하는데,  2010년 3분기말 기준으로 실질GDP 성장률이 4.4%였고 9월 CPI상승률이 3.6%였으니 2010년 10월에는 금리가 8%정도에서 움직여댜 된다는 그런 이론이다.

문제는 그럼 여기서 말하는 금리는 도대체 무슨 금리를 의미하는 것인가? 국고3년? 국고10년? 회사채3년? 회사채라면 등급은 AA-? BBB+? 도대체 명확한 기준이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피셔 방정식이라는 것이 가설에 불과하고 소위 성장, 물가, 그리고 금리와의 관계를 두리뭉실하게 개념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지 금리 레벨이나 향후 금리 방향에 아주 정치하게 적용되는 공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물가가 급등하니 금리도 같이 오를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당장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야한다던지 듀레이션을 확 줄여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방어해야한다는 식의 도식적인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물가 불안이 가중되었던 1월 한달 동안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단기 테너 금리는 많이 올랐다. 그러나 국고10년물 같은 놈은 4.7% 초반에서 거의 움직임이 없었고 국고20년물도 4.8%에서 변화가 거의 없었다. 1월 금통위 지나고 나서 눈 딱 감고 10년물로만 가지고 갔었더라면 1월 한달 그냥 Winner가 될 수 있었다. 물가 불안으로 금리가 오른다는데 듀레이션 늘리는게 정상이냐?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대응할 수 있는 단기적으로 유효한 fact이다.

아래의 그래프는 1991년 1월부터 최근까지 통안채1년 금리과 CPI상승률을 같이 그려 본 것인데 99년초 까지는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는 반면 2000년 이후에는 특별한 관계를 찾기가 힘들다. correlation도 91.1월~99.12월까지 +79%인 반면 2000년 이후 지금까지는 -7%의 값이 산출된다. 채권시장이 미성숙했던 2000년 이전은 금리가 정책 당국에 의해서 결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 위기전 7~8%의 안정적인 GDP 성장률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물가에 연동되어 금리가 변했다는 설명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2000년 이후에는 채권 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물가 외에도 다양한 시장 변수가 채권 가격에 반영되어 시중 금리가 결정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곧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공식은 신빙성이 좀 떨어져 보인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오른다는 주장에 대한 또 다른 반박 논리이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오른다는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고 둘 사이의 관계에도 트렌드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래프에서 보여지듯이 2000년 이후 상관관계는 낮지만 2008년 1월부터 최근까지 두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게(74%) 나타난다. 만약 높은 상관관계가 당분간 지속된다면, 물가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 또한 높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2011년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 시장의 consensus이다. 사실 2~3% 정도 물가가 꾸준히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사실 그 나라 경제가 잘 굴러간다는 말이다. 선진 경제권인 유로존이 2% 정도의 물가상승률을 타겟으로 하고 경제를 운용하고 있으니 한국처럼 아직 개도국에 가까운 경제는 3% 정도 물가가 올라줘야 한다. 그런데 작년 상반기 CPI상승률을 보면 정상적으로 올라줘야할 수준인 3%보다 물가가 안 올랐다는 것을 알수 있다.

2010년, 1월: 3.1%, 2월: 2.7%, 3월: 2.3%, 4월: 2.6%, 5월: 2.7%, 6월: 2.6%

2010년 상반기에 2% 중반 밖에 물가가 안 올랐으니 2011년 상반기에는 최소한 3% 중반으로는 물가가 올라줘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그러므로 최근 급등하고 있는 유가를 포함한 상품가격을 고려해 볼 때 4%대 물가 상승률은 전혀 놀라운 숫자가 아니다. "소비자물가지수 1" 에서 얘기한 지수 구성 항목중 비중이 높은 품목들 중에서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대학 등록금 등을 제외한다면 외식비, 유류비 등의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통계적인 관점 뿐만 아니라 실제 물가 상승의 가능성은 2011년 상반기에 매우 높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하반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래에서 보듯이 2010년 하반기에는 물가가 3% 중반으로 이미 올라와 있었다. 기저효과라는 통계적 놀음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2011년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서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3% 물가를 맞추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는 만큼 정책 당국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010년, 7월: 2.6%, 8월: 2.6%, 9월: 3.6%, 10월: 4.1%, 11월: 3.3%, 12월: 3.5%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으니 대충 결론을 내야겠다.
1)한마디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2)정책 당국의 강한 의지를 비추어볼 때 정책금리 인상도 상반기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연내 3~4회 인상의 시장 consensus보다 1회 정도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3)물가와 금리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최근 트렌드 고려시, 국고3년과 정책금리 스프레드를 50bp로 가정할 때 연말 국고3년 금리 4%대 안착이 유력해 보인다.

* 물가라는 factor만 고려했음을 감안하고 읽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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